요양병원 입원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구성원의 경험
Family Members’ Experience in Caring for Elderly with Dementia in Long-Term Care Hospitals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Purpose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provide an in-depth understanding of and effective support system for those caring for family members with dementia in long-term care hospitals.
Methods
Participants included 10 family caregivers who constantly visited and cared for demented elderly for over 6 months after being admitted to long-term care hospitals. Data were collected through face-to-face, one-on-one, in-depth semistructured interviews with individual participants from October 2018 to March 2019. Data were analyzed using the Colaizzi method.
Results
Three categories emerged in this study: Sharing care for the elderly with dementia with long-term care hospitals; Feeling the pain from caring; Caring for the elderly with dementia forms the center of my life. As a result, participants were able to experience reaffirming their caring difficulties as they faced unsatisfactory spaces in long-term care hospitals, conflicting roles among family members, re-examination of life, and time to reflect on themselves.
Conclusion
An in-depth understanding of caregivers’ experiences will suggest developing a policy to reduce family caregivers’ burden when caring for elderly family members with dementia in long-term care hospitals and to support effective care.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09년 10.5%에서 2019년 14.9%로 증가할 때[1], 같은 기간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인구는 8.6%[2]에서 10.3%[3]로 증가하여 치매 인구가 노인인구와 함께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0년간 치매 유병률은 계속 증가하여 2019년에 79만 명에 이르렀고, 2030년에는 136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3]. 치매 인구의 증가는 간병 수발뿐 아니라 의료비의 부담을 일차적으로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치매 가족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의 치매 가족은 2017년 기준으로 약 350만 명으로, 이들은 매일 6~9시간, 연간 약 2천여만 원을 치매 환자 돌봄에 사용하고 있다[4,5].
우리나라의 가족 형태가 확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되고, 고령자 부양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하던 여성의 학력과 사회진출 기회가 증가하면서 효(孝)의 가치는 점차 희석되고, 간병 수발은 가족 갈등[6,7]과 우울[5,7-9], 동반 자살, 친족 살인[5,8,10], 노인 학대[8,11,12] 등의 부정적 결과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치매노인의 부양은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의 몫이 아닌 사회의 책임으로 재조명되고 있다[5,6,10].
한편, 1990년경 소수에 불과했던 요양병원은 빠르게 확산되어 2005년에 120개소, 2018년에는 1,560개소로 13년간 13배 정도 그 수가 증가하였다[13]. 2017년 9월 정부가 발표한 치매 국가책임제에 따라 지역사회 경증 치매노인들이 전국 252개 보건소의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관리를 받는 가운데, 요양병원은 지역사회에서 더 이상 관리가 어려운 중증 치매 환자들이 가족을 떠나 마지막 여생을 보내는 장소로 선택되고 있다[14].
요양병원은 우후죽순 격으로 수적 증가를 보여 주었으나, 2018년 기준 1,560개소 가운데, 공립요양병원은 약 5.1%(79개소)에 불과하고, 치매전문병동을 설치한 요양병원은 단 5개소뿐이며[12], 12%의 1등급 요양병원과 상당수의 4~5등급 요양병원 등 천차만별의 질적 수준이 보고되고 있다[15]. 요양병원은 간호사와 의사 등 전문 인력의 부족, 간호 의료 업무의 비전문 보조 인력에 위임, 느슨한 질 관리 규정[16,17]으로 인해 전문성과 질 관리 확보에 대한 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요양병원의 이와 같은 전문성과 질 관리 및 안전성의 문제들은 가족들이 요양병원을 선택하거나, 입원 후 뒷바라지를 하는 과정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개인의 생존과 적응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노인에게 정서적, 도구적,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간병 수발 지원을 제공해야 하는 일차적 책임을 갖는 집단이라는 전통적 의식이 깊이 자리 잡고 있어 제도와 정책을 통해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시도를 한다고 해도 가족이 노인 부양에서 온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운 실정이다[5,6]. 2017년 노인실태조사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의 가족 동거율은 매년 낮아지고 있으나, 65세 이상 인구의 62.1~85.0%가 배우자로부터, 50.6~67.6%가 동거 자녀로부터, 31.1~70.2%가 비동거 자녀로부터 정서적, 도구적 지원 또는 수발 지원을 제공받고 있다[9]. 이와 같은 결과를 통해 우리나라 노인의 일차적 부양 책임을 가족이 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치매노인의 경우 인지기능저하와 일상생활수행능력의 저하와 관련된 다양한 증상과 함께 치매 진단 이후 생존 기간이 길어 치매노인을 수발하는 가족들은 신체적 증상[5,7,8], 스트레스[6,7,11,18], 소진[19,20], 만성피로[18], 돌봄 부담감[7,11], 불안과 우울감[5-8,11], 경제적 부담[6,7]으로 고통을 겪는다. 이러한 부양가족의 고통은 가족 전체의 안녕을 위협하고, 돌봄의 질적 저하[11], 역할 갈등[6], 가족의 해체[7,18], 노인 학대[8,11], 자살[5,8,10] 등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보고들에서 치매노인 가족의 부양부담이나 우울과 같은 현상은 재가, 가족 수발, 요양병원, 시설과 같은 부양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고, 요양병원 치매노인 가족이 재가노인 가족에 비해 부담이 적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나, 이는 부양부담에 국한된 것이며, 부양부담 이외에 요양병원 치매노인 가족이 경험하는 어려움들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치매노인 가족구성원들의 돌봄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질적연구방법을 선택했고 그 가운데 현상학을 이용하고자 한다. 현상학적 방법은 인간 경험의 기술에 대한 분석을 통해 경험의 의미를 밝힐 수 있는 연구방법[21]으로 관심 현상에 관한 의미를 도출하여 진정한 현상의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현상학적 접근을 통해 증가하는 요양병원에서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구성원들의 경험을 토대로 이들의 보호와 지원을 위한 정책 및 제도 구축의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2. 연구목적
본 연구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구성원의 경험의 본질과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요양병원 치매노인 가족들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가족을 이해하고 치매노인과 가족, 요양병원 돌봄 제공자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시도하였다.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현상학적 연구방법 중 Colaizzi가 제시한 절차[22]에 따라 개별 심층 면담으로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질적연구이다.
2. 연구참여자 선정
본 연구의 참여자는 B시에 거주하며 M요양병원(적정성 평가 2등급, 190병상)에 치매노인을 입원시키고 6개월 이상 방문하여 돌봄을 지속하고 있는 주 가족 돌봄 제공자로 연구의 목적을 이해하고 연구참여에 동의한 10명을 선정하였다. 참여자의 연령은 33세에서 79세의 분포를 보였으며, 30대 1명, 40대 1명, 50대 2명, 60대 4명, 70대 2명으로 10명 전원이 여성이었다. 총 10명의 연구자 중 4명이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6명은 무직이었다. 치매노인과의 관계는 배우자 3명, 딸 4명, 며느리 2명, 손녀 1명이었다. 치매노인의 연령은 65세에서 97세까지였고, 60대 1명, 70대 1명, 80대 5명, 90대 이상 3명이었으며 치매노인의 성별은 여성이 6명, 남성이 4명이었다. 치매노인의 요양병원 입원 기간은 6개월에서 6년이었다. 치매노인요양병원 입원 전 돌봄 형태는 재가 복지서비스 3명, 가족 돌봄이 7명이었으며 입소 전 동거 형태는 독거노인이 4명, 배우자와 동거는 5명, 자녀와 동거는 1명이었다. 돌봄 비용에 관해서는 치매노인이 부담하는 경우가 4명이고 배우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1명, 딸이 부담하는 경우 1명, 나머지 4명은 자녀가 공동으로 분담하여 비용을 제공하고 있었다(Table 1).
3. 연구자 준비
본 연구의 연구자 1인은 25년 이상 노인건강 및 실태에 관한 빅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연구논문을 발표해왔고, 1996년부터 국내외 학술대회에서 질적연구를 통한 노인 관련 주요 개념들을 꾸준히 보고하였다. 다른 연구자 1인은 요양병원에서 10년 이상 간호책임자로 근무하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질적 자료수집과 분석에 참여하여 연구논문을 발표하였다. 본 연구자들은 최근 3년 이내에 요양병원 치매노인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학술대회와 학술지에서 발표하였다.
4. 자료수집 및 윤리적 고려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I 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 승인을 받은 후 시행하였다(IRB File No. INJE 2018-09-019-UE006). 연구자는 자료수집을 위하여 연구참여자로부터 참여에 대한 서면 동의를 받았다. 연구자는 연구참여자들로부터 2018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 비구조화된 면대면 일대일 심층 면담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면담은 연구대상자가 요양병원으로 치매 노인을 방문한 시점에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 한 사람당 평균 1~2회 진행하였다. 또한 추가질문이 필요한 경우 치매노인 돌봄 방문 시 면담을 하였으며, 면담한 내용은 현장 노트에 메모하였다. 장소는 면담에 방해받지 않는 병원 내 보호자 휴게실을 이용하였다. 요양병원 입원 치매노인 가족구성원들의 돌봄 경험에 대한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요양병원에서 치매노인의 가족으로서 치매노인을 돌보는 경험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라는 개방적 질문을 시작으로 “치매 노인을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이유는 무엇입니까?”, “치매 노인을 가정에서 돌보는 것과 요양병원에서의 돌봄의 차이는 무엇 입니까?”와 같이 점차 구체적이고 탐색적인 질문으로 확대시켜 나갔다. 연구자는 연구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녹음기를 사용하여 녹음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허락받았다. 면담 내용은 연구의 목적 외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연구참여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참여하기를 원치 않을 시에는 언제라도 거부할 수 있음을 구두 및 서면으로 설명하고 자필 동의를 받았다. 면담 종료 후 참여자에게 감사의 표시로 소정 금액의 답례품을 지급하였다.
5.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는 치매노인의 요양병원 입원 후 지속적으로 방문하여 돌보는 주 가족 돌봄 제공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론이나 선입견 없이 경험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현상학적 방법 중 Colaizzi (1978)가 제시한 절차와 방법에 의해 자료를 분석하였다[22].
1단계는 자료에서 느낌을 얻기 위해 대상자의 기술(protocols)을 읽는 단계로, 연구참여자의 경험으로부터 의미를 얻기 위해서 면담 당일 참여자의 진술을 녹음한 자료를 반복하여 듣고 참여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서 참여자의 언어로 그대로 필사하여 전체적 느낌을 파악하고자 노력하였다. 2단계는 탐구하는 현상을 포함하는 구, 문장으로부터 의미 있는 진술(significant statement)을 도출하는 단계로, 연구참여자가 직접 경험한 현상과 관련되는 의미 있는 진술(significant statement)을 추출하기 위해 연구자가 필사한 내용을 읽으면서 치매노인을 요양병원 입원 후 돌보는 주 가족 돌봄 제공자가 경험한 현상에 관한 대표적인 진술을 선택하여 의미 있는 진술을 도출하였다. 3단계는 의미 있는 진술에서 좀 더 일반적인 형태로 재진술(general restatement)하는 과정으로, 의미 있는 진술을 반복적으로 읽고 성찰하여 간호학적 재진술로 전환하였다. 4단계는 의미 있는 진술과 재진술로부터 구성된 의미(formulated meaning)를 끌어내는 단계로, 재진술로부터 연구참여자들의 공통된 의미를 도출하고, 이를 다시 분류하여 자료의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주제 묶음(clusters of meaning)으로 범주화하였다. 5단계는 도출된 의미를 주제(themes), 주제모음(theme clusters), 범주(categories)로 조직하는 단계로, 도출된 의미의 주제 묶음을 통합하여 포괄적으로 서술할 수 있도록 범주(categories)로 조직하였다. 6단계는 주제를 관심 있는 현상과 관련시켜 명확하고 완전하게 최종적인 기술(exhaustive description)을 하는 단계로, 도출된 주제와 주제 모음, 범주를 기반으로, 치매노인의 요양병원 입원 후 주 가족 돌봄 제공자의 경험에 대한 본질적 구조를 최종 기술하였다. 7단계는 요양병원 입원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의 경험에 대한 본질적 구조에 대한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여건이 허락된 참여자 7인에게 본인의 경험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한 결과 새롭게 나온 자료가 거의 없어 타당도가 높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6. 연구의 객관성
본 연구는 신뢰성과 타당성 확보를 위해서 Lincoln과 Guba (1981)의 사실적 가치(truth value), 일관성(consistency), 중립성(neutrality) 및 적용성(applicability)을 적용하였다[23]. 사실적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치매노인의 요양병원 입원 후 경험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주 가족 돌봄 제공자를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으며, 면담이 끝난 후 연구참여자의 진술과 그들의 의도가 일치하는가를 재확인하였다. 일관성은 연구자 두 사람이 원자료를 각자 분석하여 비교하고 최종 결과가 포화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논의하는 삼각 검증법을 적용하여 공통적 경험의 결과를 도출하였다. 중립성은 연구자가 선이해와 편견을 배제하고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 참여자의 경험을 그대로 녹음하고 필사한 후 본인의 진술이 맞는지 참여자 확인을 실시하였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적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연구자는 다른 요양병원에 근무하면서 질적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간호학 박사과정의 간호사들과 정규적인 모임과 토론을 실시한 결과, 현장 적용에 의미가 있는 진술이라는 합의에 도달하였다.
연구결과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치매노인을 돌보는 과정에 대한 심층 면담을 통해 도출된 경험은 다양하다. 본 연구결과 현상학적 반성을 통해 선택된 의미 있는 문장으로부터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85개의 진술을 만들어 의미를 구성(formulating meanings)하고 이를 12개의 주제 묶음(clusters of meaning)으로 구성한 후, 3개의 범주(categories)로 범주화하였다(Table 2). 도출된 3개의 범주는 ‘요양병원과 치매노인 돌봄을 공유함’, ‘돌봄으로 인한 고통을 느낌’ 및 ‘치매노인 돌봄이 내 삶의 중심을 이룸’이었다.
범주 1. 요양병원과 치매노인 돌봄을 공유함
본 연구결과, 요양병원에서 치매노인을 돌보는 연구참여자들은 요양병원에 대한 만족감과 원망감의 이중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진술하였으며, 더 나은 요양병원이 되기 위해 치매노인 돌봄에 대한 다양한 정책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연구결과 도출된 ‘요양병원과 치매노인 돌봄을 공유함’ 범주는 ‘가족을 대신하는 요양병원에 만족함’, ‘치매노인을 홀대하는 요양병원을 원망함’, ‘요양병원에 대한 섭섭함을 고마움 뒤편으로 삼킴’ 및 ‘좀 더 나은 요양병원을 기대함’이라는 4개의 주제 모음으로 구성되었다.
주제 묶음 1. 가족을 대신하는 요양병원에 만족함
연구참여자들은 치매노인을 돌보면서 감당하기 힘들었던 육체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라 이해받지 못한 부분을 요양병원을 통하여 신체적, 정신적 이해관계로 해소하고 있으며 병원이라 해결할 수 있는 치료 및 안전에 대한 만족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 와서 참 좋았던 것은 간호사 선생님들이 치매 환자들은 원래 이렇다고 이해를 해주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해주지 않아서 많이 울었어요.(참여자 1)
혼자 있다 보면 갑자기 문제가 생길 수가 있는데 요양원보다는 의사선생님이나 간호사 선생님이 계시고 갑자기 어떠한 일이 처했을 때 우선 응급조치도 취할 수 있고 그런 부분이 안전했어요.(참여자 1)
할머니가 치매 말고도 다른 질병들이 있으시고 소변도 스스로 보시기 힘들어서 의료적인 도움이 필요하고 혼자 계실 때 누가 없으면 치매약, 고혈압약 구분 없이 하루에 몇 알씩 드셔서 아찔한 순간이 많았는데 여기서는 치매가 있어도 약물을 제대로 복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참여자 3)
평일에도 마음이 편하고요.(참여자 5)
요양병원에 입원하니 돈은 들어도 집에서는 내 말 전혀 안 들었어요. 소리 지르고 넘어트리고 그러니 병원이 얼마나 힘들지 나도 심정을 알지. 다 이해를 하지. 내가 겪어 봤으니. 내 몸으로 지탱을 못 하겠어. 혼자서는 진짜 못 모셔.(참여자 9)
요양병원이 너무 잘 되어 있어요. 왜냐하면 집에서는 이렇게 못해요. 일일이 다 못 챙기는데 여기서는 내가 할 수 없는 부분도 다 해주시니 너무 감사드리고 마음으로도 믿고 있습니다.(참여자 10)
주제 묶음 2. 치매노인을 홀대하는 요양병원을 원망함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치매노인 돌봄을 대신해주는 요양병원에 고마움을 가짐과 달리 자신의 희망대로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는 신체보호대의 사용 문제 등 입원한 다른 치매노인들과의 갈등을 충분히 풀어주지 못하는 병원 현실을 보면서 원망과 속상함을 가진 채 돌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할머니가 점점 치매가 심해지시다 보니 소변줄을 뽑아 버리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병원에서는 케어 하는 입장에서 본의 아니게 신체보호대를 쓰고 계시는데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게 사람에게 할 짓인가 싶어서 보기가 안쓰러울 때도 있지요. 신체보호대 정말 가슴 아파요. 그런데 또 할머니가 느슨하게 묶으면 풀어 버리니 어쩔 수 없이 또 세게 할 때가 있으면 피가 안 통하고 피부가 스치고 해서 일주일 정도 치료한 경우가 있는데 이런 2차적인 문제가 어쩔 수 없이 생길 땐 속상해요.(참여자 3)
엄마가 같은 방 어떤 분과 트러블이 생겼다 하면 병원에서 저에게 전화가 와서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면 사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어르신들이 치매가 있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우리 엄마를 우선시 해서 먼저 엄마 위주로 얘기를 하게 되고 병원의 불편한 얘기를 들으면 먼저 짜증이 나거든요. 짜증이 나서 우리 엄마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렇다니 일단 죄송하다고 말씀은 드리지만 마음은 굉장히 불편해요. 의료진들이 중재를 잘 해주셔야 될 거 같고 우리 엄마가 문제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속상할 때가 있어요. 그때 정말 힘들었거든요.(참여자 7)
주제 묶음 3. 요양병원에 대한 섭섭함을 고마움 뒤편으로 삼킴
연구참여자들은 치매노인을 돌보면서 많은 한계에 부딪혀 요양병원 돌봄을 선택하였지만, 요양병원에서 돌봄을 하면서 다양한 어려움으로 인해 치매노인에게 섭섭한 모습을 보여도 큰 문제를 제외하고는 혹시 치매노인에게 피해가 갈까 싶어 속으로만 불만을 삼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전문적으로 잘 보살피는 것은 저희보다 잘 하지만 정을 주는 게 가령 옆에서 말 한마디라도 더 건다든가 가족으로써 그게 아쉽다는 거죠. 그래서 요양보호사님이 힘드신 거 아는데 가끔 면회 와서 다른 환자 수발하면서 힘드실 때 할매 할매 그러면서 목소리가 높아질 때는 그 보호자가 보면 얼마나 서운할까 싶어도 말 없이 쳐다만 보게 되요.(참여자 5)
요양병원에 섭섭한 감정들은 가족이니깐 어쩔 수 없이 가질 수밖에 없는 게 사람과 사람이고 모두 다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없으니 개인적인 생각이라 표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그냥 삼키는 거예요. 표현해야 되고 큰 문제일 경우에는 표현을 하고 있어요.(참여자 3)
심장병 때문에 언제 응급 상황이 올지 몰라 집에 모시고 갈수도 없는데 엄마가 적응은 너무 힘들고 눌러 참으면서 서글펐던 거 같아요. 입술도 부르트고 정말 심적 고통이 많았었거든요. 그래서 상담하면 치매의 문제점만 지속적으로 말씀하셔서 말씀이라도 잘 해주고 따뜻하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데리고 가라고 할까봐 불편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혹시라도 없을 때 엄마한테 피해가 갈까봐 삼키고 와요.(참여자 7)
주제 묶음 4. 좀 더 나은 요양병원을 기대함
연구참여자들은 치매노인이지만 삶의 질을 누리길 바란다. 물리치료 같은 운동도 활성화되고, 치매노인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을 기대하고 있었다. 더불어 세분화된 전문 치매 치료와 중증 치매노인들의 충분한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시설 충족에 대한 희망을 표출하고 있었다.
치매노인이긴 하지만 삶의 질이 좋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자기가 치매인지 잘 모르시잖아요. 이분들이 계속 병원에만 있으시니 제가 보기에는 휴게실, 옥상에 푸르름이 좀 더 많았으면 하고 치매라도 자기가 해보고 싶은 게 있을텐데 다 같이 하는 거 말고 약간 치매 환자들이 소분류로 나뉘어 할 수 있는 그런 걸 찾아서 적극적으로 해주시면 어떨까요. 병원 안에 있으면 충분히 안 되니 보호자의 욕심이죠.(참여자 1)
저는 운동을 좀 시켜준다든지 하루 시간을 정해놓고 손동작 같은 교육 등을 같이 해주었으면 좋겠어요.(참여자 5)
치매 환자 전용 요양병원 이런 전문적으로 치매 환자만 보는 그런 전문 병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참여자 4)
놀이, 물리적인 치료 등이 세분화 및 전문화 되어서 그런 분들이 중증으로 넘어가지 않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게 또한 중증치매는 중증치매대로 치료할 수 있게 의료와 시설이 갖추어지면 좋지 않을까. 세금을 더 걷는 한이 있어도 이 복지만큼은 굉장히 강화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참여자 7)
범주 2. 돌봄으로 인한 고통을 느낌
참여자들은 요양병원에 치매노인을 입원시키고 돌보면서 치매노인 돌봄과 가족 간의 갈등으로 지쳐갔으며, 차라리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치매노인의 돌봄에 대한 부담을 가족 대신 더 끌어안으려는 생각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돌봄으로 인한 고통을 느낌’ 범주는 ‘치매노인 돌봄에 지쳐감’, ‘치매노인 돌봄과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이중고를 짊어짐’, ‘차라리 돌아가시길 바라는 마음을 바라봄’ 및 ‘가족의 부양과 부담을 내가 더 끌어안으려고 함’이라는 4개의 주제 모음으로 구성되었다.
주제 묶음 5. 치매노인 돌봄에 지쳐감
치매노인을 요양병원에 입원을 시켜도 여전히 돌봄은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보호자가 환자가 될 것 같다고 느끼고 있다. 또한 치매노인들도 보호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긴병에 효자가 없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안타까운 점은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도 어느새 나이가 들어 본인의 몸도 아프고 힘듦을 토로하고 있었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데 너무 힘들어요. 확실히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가 환자가 될 것 같아요. 그 정도로 힘들어요. 이 세상에 치매 환자가 있는 가족이 제일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돈 드는 것은 힘들다 생각되지 않습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오는데 올 때마다 변하니깐 스트레스 받는 게 너무 힘들어요. 일단 내가 병이 날거 같아요.(참여자 4)
내가 첨에는 안 그랬는데 최근에 아프고 나서는 나갈 때 휘청휘청해요. 제가 넘어지려고 하는 거 몇 번 아들이 잡아주었거든요. 이러다 내가 먼저 가는 게 아닌가 겁이 나더라고요.(참여자 6)
과일 같은 경우에도 이거는 맛도 없던데 어딜 가면 맛있던데 그걸 사 오지 이걸 사 왔다고 난리가 나요. 다른 환자하고 사이가 안 좋다고 하면 그 환자에게 맛있는 것 사다 주고 제가 대신 사과드려요. 제발 잘 지내 달라고 얘기하고 죄인처럼 계속 그랬어요.(참여자 7)
나도 말이 아니야. 친구 집에서 일하면서 밤 10시에 퇴근해서 집에서 손을 따도 안 낫고 계속 약 먹고 해도 그 증상이 안 사라지는 거야. 그래서 아침에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으니깐 뇌경색이라는 거야. 혈관이 깨알처럼 막혀있어서 한동안 입원해 있었지. 그쪽에서는 늦었다 하더라고, 막혀서 뚫을 수가 없다고 하네. 아플 때 바로 왔어야 하는데 지금은 약물로 계속 먹고 있어. 이러단 내가 먼저 죽을 거 같아요.(참여자 9)
주제 묶음 6. 치매노인 돌봄과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이중고를 짊어짐
요양병원 입원 치매노인 돌봄을 며느리에게만 부담시키는 남편과 시누이, 친정 부모 모시는 것에 대하여 남편의 불만에 대한 서운함, 형제 중 한 사람이 다 책임지면서 가지는 부담으로 부양책임 등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은 또 다른 부양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아저씨는 자기는 안 하면서 내보고 하라는데 내가 잔소리하면 뒤에 가서 자기 부모님한테 잘 못한다고 난리를 치죠. 저에게 고함지르고 그러면 한 번씩 그런 마음이 들지 안 들겠습니까? 저도 사람인데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한 번씩 들죠.(참여자 6)
남편이 열 받아해요. 솔직히 본인 어머니 같으면 그렇게 하겠어요.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자기 엄마 모시고 있었으면 저 사람이 저렇게까지 할까 생각도 들었어요.(참여자 2)
저 밑으로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는데 여동생과 제가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10번 중에 제가 7번을 움직이면 동생들이 3번을 해요. 과거에는 거의 제가 다했어요. 이런 생활이 너무 길다 보니깐 저도 지칠 대로 지쳐 때론 엄마에게 짜증이 날 때도 있어요.(참여자 7)
형님은 집에서 얼마든지 돌볼 수 있는데 왜 병원에 집어넣느냐고 트집 잡아 한바탕했어요. 시누 중에 별난 분이 하나 있어요. 지네들은 가끔 빼꼼하면서 누굴 보고 이러니저러니 말들이 많은지 참.(참여자 9)
주제 묶음 7. 차라리 돌아가시길 바라는 마음을 바라봄
연구참여자들은 치매노인이 치매를 가진 채 삶을 지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기약 없는 돌봄에 지쳐 빨리 죽기를 바라는 마음을 서슴없이 표현하고 있으며 돌보는 가족구성원들의 질적인 삶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치매 같고 어찌 보면 억지 부리는 것 같고 늘 사람이 변하니 일부러 억지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진짜 이러면 죄 받는데 내 부모지만 그만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딸이 이런데 시어머니 모시는 며느리는 얼마나 마음이 그렇겠습니까?(참여자 4)
오래 살면 안 좋죠. 자기 정신 가지고 살아야 되는데 치매를 가지고 있으면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는 10년만 더 사시고 싶다는데요.(참여자 6)
갔으면 하는 생각도 있고 살아 있으니 자기 명대로 살아야지. 가라고 맘대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런 생각하면 안 되겠지만, 솔직히 더 살아서 뭐하겠어요.(참여자 9)
당신이 천상에 올라가 있으면 내가 12~13년 후에 만납시다. 내 인생도 찾아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참여자 10)
정말 가버리고 다신 안 봤으면 좋겠어요.(참여자 8)
주제 묶음 8. 가족의 부양과 부담을 내가 더 끌어안으려고 함
연구참여자들은 자식이나 다른 가족구성원들에게 부양부담과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 스스로 감당하며 가족구성원들 간 갈등과 가족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의 양면도 느꼈다. 그리고 아직도 남아 있는 맏이로서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한국 사회에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돈이라든가 이런 것도 모두 같이 하지만 제가 자주 오니깐 더 부담하는 거고 중요한 건 마음이잖아요. 동생은 간호사인데도 엄마가 치매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해요.(참여자 1)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연락 잘 안해요. 왜냐면 보면 나 혼자 스트레스 받으면 되지 동생들까지 스트레스 받을 필요있나 싶어서 보고 가면 마음 아플까봐 웬만한 건 제가 해결하고 스스로 하지 연락 잘 안 합니다. 그리고 제가 맏이다 보니 책임감도 있고 동생들도 제 말을 부모님 말씀처럼 잘 따라주고 하니 제가 다 알아서 합니다.(참여자 4)
돈은 누구나 낼 수 있지만 챙기고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한다는 것은 맏이로써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섭섭하죠. 형님 형수가 알아서 하겠지 라고 생각하고 자기들은 시간 나는 대로 들여다보는 거구. 엄마에게 뭐가 필요한지 뭘 원하는지 그런 것까지는 모르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크게 맏이라서 많이 한다고 해서 불쾌한 건 없어요.(참여자 5)
병나고 나서 자식들에게 한 번도 안 맡겨보았고 한 번도 병원비 내라 소리도 안 해보았고 고마 이 일은 내 일이다하는 게 맘이 편하제, 자식들은 명절이나 한 번씩 빼꼼하고. 손자들도 할애비가 보고 싶겠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자식들에게 아무런 부담을 안 주려고 해요.(참여자 8)
범주 3. 치매노인 돌봄이 내 삶의 중심을 이룸
참여자들은 요양병원에서 치매노인의 돌봄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가족사랑에 대한 의미의 부여와 치매노인에 대한 원망을 통해서 자신의 미래 모습을 바라보았다고 진술하였다.
‘치매노인 돌봄이 내 삶의 중심을 이룸’ 범주는 ‘치매노인 돌봄이 내 삶에서 가지는 의미를 되새김’, ‘치매노인의 예전 가족 사랑을 떠올려 내 고통을 위로함’, ‘치매노인에 대한 원망을 책임감으로 승화시킴’ 및 ‘치매노인을 통해 나의 미래를 바라봄’이라는 4개의 주제 모음으로 구성되었다.
주제 묶음 9. 치매노인 돌봄이 내 삶에서 가지는 의미를 되새김
연구참여자들은 부모라서, 남편이라서 돌아가시고 난 뒤에 후회를 하지 않으려고 힘들어도 돌봄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또한 과거에 자신을 힘들게 하였던 치매 환자에게 서운함을 느끼지만 어느새 다 용서하고 있는 마음을 느꼈다. 힘든 돌봄을 위해 요양병원에 매일 오는 마음이 돌봄자들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부모니깐 돌아가신 뒤에 후회 안 하려고 엄마가 성질내든지 말든지 저는 엄마를 모셔야지요. 안 그러면 돌아가신 뒤 제가 마음이 걸릴 것 같아요.(참여자 4)
영감이 살아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싶어서 돌봐요. 왜냐하면. 병원에서 살고 있어도 아직까지는 혼자가 아니라는 이런 마음이 생기거든. 그래서 그래요. 자식은 그런 것이 아니요. 자식은 달라요. 아직까지는 살아 있고,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지요. 자식하고 트러블이 생기면 영감한테 하소연을 합니다. 이 세상에 그리 못된 짓 나한테 못된 욕을 하고 이래 싸도 그 맘이 왜 없어졌는지 모르겠어요.(참여자 10)
매일 옵니다. 내가 갈 데가 없고 내 몸도 안 좋으니까 여 오는 것이 내 낙입니다. 갈 데가 없어요. 딴 데 안가고 왔다가면 마음이 편코 잠도 잘 오고, 안 왔다 가면 오늘 안 봐서 어찌 됐는지 그런 마음이 들고요. 못 가면 자면서 내가 아이고 죄송합니다. 너무 아파서 못 갔습니다. 그래요. 내일은 꼭 갈게요. 그때까지 꼭 살아있으소 그래요.(참여자 10)
주제 묶음 10. 치매노인의 예전 가족 사랑을 떠올려 내 고통을 위로함
연구참여자들은 과거 치매노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현재의 힘들고 괴로운 치매노인의 돌봄을 계속하는 힘을 얻고 있음을 느꼈다. 또한 이것이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구성원들이 긴 시간의 고통스러운 부양에도 불구하고 지탱할 수 있는 근본적 힘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유별나게 참 엄마 사랑 많이 받았는데 그런 거 생각하면 내가 할 일 한다 싶어요. 혼자 부담하면 힘들 거 같은데 동생이랑 둘이서 하니깐 좀 나은 거 같아요. 엄마도 여기 만족해하시는 거 같고 최근에 큰 병원에 갔다 왔는데 갔을 때는 정말 무표정으로 계셨어요. 맘이 아파요. 인상을 쓰고 계셨는데 그쪽 퇴원하고 여기로 다시 오니깐 너무 좋아하셨어요.(참여자 2)
식사를 가끔 하다보면 반찬 중에 추어탕이나 식혜를 보면 명절 때 할머니가 해주셨던 음식인데 제가 해드리는건 아니지만 내가 할머니를 떠먹여 주면서 옛날 생각에 만감이 교체해요. 나를 넘 이뻐해 주셨거든요. 이렇게 갚나 싶기도 하구요.(참여자 3)
주제 묶음 11. 치매노인에 대한 원망을 책임감으로 승화시킴
이 주제는 치매노인에 대한 책임감으로 진정성 있는 돌봄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연구자들은 종교적인 힘으로 현실을 극복하려고 시도하고 있었으며 치매노인 돌봄에 대한 고통과 원망을 자신의 책임감으로 받아들이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였다.
절에 다니고 있어요. 내 업이라 생각을 해요. 요즘은 나도 모든 관절이 안 좋아서 오는 게 힘들어요. 힘들어도 이제까지 하다가 보내고 나면 후회할까 봐 좀 더 잘해줄 걸하는 후회보다는 평생 내가 보호해야 할 사람,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해요.(참여자 8)
혼자서 살면서 기도하고 그라지. 내가 혼자 외롭게 있으면 자식들이 지 살기 바쁜데 엄마 어찌 지네나 한 두 번씩 전화도 기다리고 하는데 낙 없어요. 즈그 살기 바쁜데다 소용 없어요. 그래도 영감은 내가 돌보는 도리를 한다는 그 맘이 있으니 뗄래야 땔 수 없는 인연을 맺었기 때문에 가시는 날까지 내가 최선을 다해야 안 되겠습니까.(참여자 10)
주제 묶음 12. 치매노인을 통해 나의 미래를 바라봄
연구참여자들은 돌봄의 고통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고통만 생각하였지만 결국에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참여자들은 어느새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 시선과 가치관의 변화를 얻게 되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치매노인을 돌보면서 자신도 미래에 치매에 걸릴 수 있고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할 수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느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를 많이 돌아보게 됐어요. 내가 저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을 하겠습니까. 저도 직장 생활하면서 앞만 보고 달렸는데 요양병원에 와서 처음에는 힘이 들었는데 점점 그 방에 있는 다른 할머니들이 부탁하면 심부름도 하고 하면서 그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저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을 하겠습니까? 그래서 나도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되요.(참여자 1)
미래의 우리 모습이 저렇게 되겠다. 나에게 치매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고 나이가 들면서 그게 가장 걱정이에요.(참여자 5)
다들 노후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요. 다들 걱정한다는 얘기죠. 아프지 않는 삶들이 없을 테니 아팠을 때 노후는 어떻게 대비할 것이냐. 어떤 시설로 갈 것이냐. 심지어 웃으면서 같은 요양병원에 가자는 얘기도 했었어요.(참여자 7)
요양병원에 모셔놓고 너무 우울증이 많이 왔어요. 미래의 나의 모습이 아닌가 하고 정말 집에 가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나는 저렇게 안 살고 조용히 가고 싶은데 나도 모르게 내가 못 움직일 정도가 되면 어느 자식이 하겠어요. 내 큰 딸은 걱정하지 말라고 지가 다한다고 그렇게 말하지만 사람 사는 게 누구나 다 다름없어요. 내 발로 올거 같아요.(참여자 8)
본 연구의 참여자들의 경험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의 경험을 대변하거나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의 경험에서 핵심이 되는 의미는 요양병원에서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구성원들이 초기의 위기발견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과 승화 등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결국 이전과는 다르게 가족의 관계, 역할, 애증, 부양부담이 재설정(reset)되는 과정을 말하고 있다. 가족 중심 문화권 내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과거와 미래의 치매가족들이 요양병원과 함께 ‘가족의 재설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긍정적 기전을 터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논 의
본 연구는 “요양병원 치매노인 가족구성원들의 경험에서 본질과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치매가족을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상태에서 돌보고 있는 연구대상자 경험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도출한 주제들은 ‘요양병원과 치매노인 돌봄을 공유함’, ‘돌봄으로 인한 고통을 느낌’ 및 ‘치매노인 돌봄이 내 삶의 중심을 이룸’ 의 세 가지로 범주화하였다.
본 연구의 세 개 범주는 Ryu 등[24]이 치매 환자 가족의 돌봄 경험에 대한 질적연구들을 합성하여 도출한 네 개의 주제와 비교할 수 있다. Ryu 등[24]의 주제 중 ‘갑작스런 치매 환자 돌봄으로 시작된 고단한 삶’은 본 연구의 ‘요양병원과 치매노인의 돌봄을 공유함’과, ‘돌봄을 둘러싼 관계의 변화’는 ‘돌봄으로 인한 고통을 느낌’과, ‘성장을 통해 열린 삶의 새 지평’은 ‘치매노인 돌봄이 내 삶의 중심을 이룸’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단, Ryu 등[24]은 연구참여자 개인의 치매노인 돌봄을 통해 경험한 고통과 적응, 그리고 인간적 성장에 초점을 두고 범주화 한데 비해 본 연구에서는 치매노인을 가족구성원들의 일원으로 보고 치매노인의 변화에 따라 겪은 가족구성원들의 위기와, 요양병원 선택으로 발생된 가족애와 갈등, 그리고 치매노인 돌봄 경험 중 깨달은 의미 있는 보상을 표현하고 있다. 두 연구에서 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본 연구는 치매노인을 보살피는 가족구성원들의 경험 중에서 요양병원 입원과 관련된 경험에 무게를 두고 분석을 한데 비해 Ryu 등[24]의 연구는 치매 가족의 경험에서 시설입소 치매가족을 제외하고 가정 내 간병을 도맡은 주 돌봄자를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이다.
본 연구는 Ryu 등[24]이 37개의 선행연구에 참여한 치매 환자 가족 334명의 경험을 질적 합성하여 도출한 주제와는 차별화되는 범주로 ‘요양병원과 치매노인 돌봄을 공유함’ 을 도출하였다. 이 범주의 하위범주로 ‘가족을 대신하는 요양병원에 만족함’, ‘치매노인을 홀대하는 요양병원을 원망함’, ‘요양병원에 대한 섭섭함을 고마움 뒤편으로 삼킴’ 등의 하위범주를 도출하여 최근 증가하는 요양병원 치매노인 가족들이 가정에서 간병하는 가족들과는 달리 무엇을 경험하는가를 드러내는데 기여하였다. 치매노인 가족 경험에 관한 선행연구들이 대부분 가정 내 간병 수발을 담당하는 가족에게 치중되어 있을 뿐 아니라[14], 가정 내 치매노인 부양가족에 비해 요양병원 입원노인 부양부담이 가벼운 것으로 보는 견해들[10,25]을 고려할 때, 요양병원 치매노인 가족구성원들의 또 다른 고통과 애환을 그려냄으로 요양병원 치매노인 가족구성원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본다.
본 연구와 Ryu 등[24]의 중요한 공통점은 치매 환자 돌봄으로 인한 고단함, 위기, 가족갈등과 같은 부정적 경험에 대한 범주를 도출한 한편, 가족을 돌보는 행위에 대한 만족감과 고통의 승화와 같은 긍정적 범주가 도출되었다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치매노인 돌봄이 내 삶의 중심을 이룸’이라는 범주 아래 ‘치매노인 돌봄이 내 삶에서 가지는 의미를 되새김’, ‘치매 노인의 예전 가족 사랑을 떠올려 내 고통을 위로함’, ‘치매노인에 대한 원망을 책임감으로 승화시킴’, ‘치매노인을 통해 나의 미래를 바라봄’ 등의 주제 묶음이 이에 해당된다. Ryu 등[24]의 질적 합성 연구에서는 ‘성장을 통해 열린 삶의 새 지평’의 주제 아래 ‘상황에 대한 수용을 통한 내적 성장’과 ‘돌봄 제공을 통해 확장된 삶의 지평’을 긍정적 경험으로 볼 수 있다.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들의 경험을 다룬 연구들에서 대부분 신체적 정신적 고통, 지침,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 의미[18]를 보고한데 비해 본 연구를 포함하여 소수의 연구에서 긍정적 주제가 보고되었다. Jang과 Yi [19]는 ‘고진감래의 시간’이라는 주제 아래 ‘행복한 동행의 장소’, ‘채움과 비움의 시간’과 같은 주제를 보고하였으며, Sung 등[20]의 연구에서는 ‘행복은 바로 지금 이 순간’, ‘덤으로 얻은 내 삶의 무지개’가 이에 해당하는 주제이다. 그런가 하면 부정적 의미와 긍정적 의미가 계속 교차 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치매부모 존재 의미에 대한 양가감정’과 같은 주제가 보고[10]되기도 하였다.
치매 환자 돌봄 경험에 대한 의미를 이와 같이 상반한 두 개의 요인으로 보는 견해는 Lawton 등[26]의 가족부양자의 돌봄을 돌봄 부담감과 돌봄 만족감의 두 가지 상반된 경험으로 설명하는 돌봄에 대한 평가와 심리적인 행복의 이중 요소 모델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이 이론에서 돌봄 부담감은 본 연구의 ‘돌봄으로 인한 고통을 느낌’과 같은 범주와 통하며, 돌봄 만족감은 ‘치매노인 돌봄이 내 삶에서 가지는 의미를 되새김’, ‘치매노인에 대한 원망을 책임감으로 승화시킴’ 등의 주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국외의 연구들에서도 이와 같은 치매환자 부양부담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의 두 가지 요인에 대한 보고[27]들이 제시되었다. 본 연구에서 도출한 치매노인 부양가족의 긍정적 범주가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구성원들이 긴 시간의 고통스러운 부양에도 불구하고 지탱할 수 있는 근본적 힘이 부양에 대한 긍정적 의미에서 기인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치매노인의 가족구성원들 간의 문제를 보고하는 범주인 ‘돌봄으로 인한 고통을 느낌’ 은 가족들 간 갈등과 가족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의 양면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가족구성원들 간 갈등 심화에 대한 주제 묶음으로 ‘치매노인 돌봄과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이중고를 짊어짐’이 보고되었는데 이는 ‘다른 가족에 대한 서운함’[5], ‘치매간병으로 불거진 갈등과 고립’[24], ‘부모로서의 도리와 바램의 부조화’[19], ‘가족 유대의 변화’[10]와 같은 주제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이러한 가족 갈등은 더욱 심화되어 치매노인 존속 살인, 동반자살[9,10]과 같은 극단적 사례 발생으로 악화되었던 것을 상기시켜 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Gallagher 등은 치매노인은 장기적인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족의 심리적 부담 및 우울을 감소시키고 자기효능감과 같은 내면적 자원이 활성화될 수 있는 가족 돌봄자를 위한 중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하였으며[28], Lewis와 West는 돌봄의 ‘좋은 관계’가 돌봄의 질을 확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29]. 치매 환자 발생 이후 가족 간 응집과 이해를 돈독히 하려는 노력을 담은 범주인 본 연구의 ‘부양부담을 내가 더 끌어안으려 함’은 치매노인을 간병하는 가족구성원들의 경험진술을 토대로 도출한 ‘가족들의 따뜻한 인간적 이해’[20]와 맥을 같이 하였다.
본 연구는 요양병원에서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구성원들의 경험 진술을 토대로 선행 보고된 치매 가족의 경험과는 차별화되며 실제 존재하지만, 간과하였던 내용을 드러내고자 시도하였다. 본 연구에서 보고한 범주들을 통해 향후 증가하는 요양병원에서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구성원들의 고통과 애환을 이해하고,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구성원들의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전략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구성원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현상학적 연구로 Colaizzi (1978)가 제시한 분석절차 및 방법에 따라 3개의 범주와 12개의 주제 묶음을 도출하고 이러한 의미 있는 진술들로부터 최종적 진술로 ‘가족의 재설정(reset)’을 도출하였다.
돌봄 가족구성원들의 경험을 이루는 12개의 주제 묶음을 통합하여 진술하면 다음과 같다.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구성원들은 요양병원 입원 돌봄을 선택하게 된다. 요양병원에 입원을 시키면서 가족구성원들은 죄책감을 느끼지만 가족구성원들을 대신해서 돌보는 요양병원의 돌봄에 만족함을 느낀다. 또한 가족구성원들은 요양병원의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지만 병원의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혹시라도 치매노인에게 피해가 갈까 싶어 속으로 삼키기도하고, 요양병원의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더 좋아지기를 기대한다. 요양병원에서 장기간의 돌봄에 가족구성원들은 지쳐가고 가족구성원들 간의 갈등으로 힘들어한다. 가족구성원들은 돌봄이 너무 힘이 들어서 치매노인이 차라리 죽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가족의 부양과 부담을 내가 더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한다. 또한 가족구성원들은 치매노인 돌봄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돌봄은 힘들지만 치매에 걸리기 전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돌봄의 고통을 스스로 위로하며, 치매노인에 대한 원망을 책임감으로 승화시키고 치매노인을 통해서 나의 미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본 연구에서 도출한 범주와 주제 묶음들을 통해 치매노인의 가족구성원들이야말로 긴 시간 치매 환자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간호대상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경험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가족구성원들을 중재하고 보호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의 결과는 향후 요양병원 치매 환자의 가족구성원들을 위한 지원의 방향을 설정하고 제도화하며,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본다. 즉 치매노인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가족의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프로그램의 개발 및 지원을 제안할 수 있다.
이러한 요양병원에서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구성원들의 이해와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의 확대를 위해 본 연구에서 도출한 범주와 주제를 중심으로 반복적인 질적연구 뿐 아니라 양적연구에 의한 모형구축을 제안하고자 한다. 요양병원에서 치매노인을 돌보는 가족구성원들의 이해와 지원을 위한 모형 구축을 통해 보다 더 체계적으로 가족들의 심신의 안녕과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가족구성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건강 문제의 예방과 의료비 절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Notes
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 of interest.
Study conception and design acquisition - SEK and KHR; Data collection - SEK; Analysis and interpretation of the data - SEK and KHR; Drafting and critical revision of the manuscript - SEK and KHR; Final approval - SEK and KHR.